주송현(반포잠원교육지원센터 센터장)
오늘날의 인공지능을 21세기의 소피스트라고 말한 포스텍 명예교수 이진우의 견해에 깊이 공감합니다.
고대 그리스의 소피스트는 본래 ‘지혜로운 사람’을 의미했지만,
실제로는 지식을 기술처럼 다루고 말의 유창함과 설득을 중시한 지적인 전문집단이었습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진리 그 자체라기보다,
지식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빠르고 유려하게 전달할 수 있는지였습니다.

The Sophists / PhilosophyMT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는 단지 인간처럼 말하고 생각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며 인간보다 더 많은 지식을 축적하고,
빠른 연산을 통해 구조와 패턴을 포착하며, 다음 단어와 문장을 예측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제는 메모리에 저장된 정보를 단순히 복사하는 차원이 아니라,
새로운 텍스트와 개념을 스스로 생성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우리가 어떤 주제를 던지든 AI는 몇 초 만에 조리 있게 설명하며,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Socrates /Getty Images
지혜를 추구하는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소피스트와 전혀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그는 스스로의 무지를 인정하고,
질문과 성찰을 통해 진리에 접근하고자 했습니다.
지식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왜?”라고 묻는 과정 그 자체를 통해 인간의 사고를 단련하려 했습니다.
소크라테스에게 중요한 것은 말의 유창함이 아니라,
전제·근거·결과를 검토하며 진리에 다가가려는 윤리적이고 비판적인 사고였습니다.
이 지점은 오늘날 우리가 AI를 대하는 방식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AI의 능력이 커질수록 인간이 가진 고유한 역량 중 일부는 자연스럽게 약화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약화되는 능력이 인간에게 본질적인 것—
즉, 직관, 상상력, 성찰, 가치 판단과 같은 능력이라면,
우리는 이 역량을 의식적으로 더 단단하게 길러야 합니다.
바로 이때 필요한 것이 ‘소크라테스식 문답법(elenchus)’입니다.
약화될 위험이 있는 인간 고유의 능력을 다시 세우고 강화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소크라테스식 문답법(elenchus)'은 단순히 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전제와 근거를 드러내어 자기모순을 인식하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소크라테스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질문합니다.
첫째, 어떤 문제에 대한 정의 요청하기.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둘째, 일관성 적용하기. “그 정의는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가?”
셋째, 근거 추궁하기.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넷째, 대안 제시하기. “다른 설명이나 예외는 없는가?”
다섯째, 귀결 검토하기. “그 생각에 따르면 어떤 결과가 생기는가?”
- 내용 출처: 이진우(2024), AI시대의 소크라테스, 휴머니스트
소크라테스는 이러한 질문을 반복함으로써
겉으로 그럴듯해 보이는 지식의 껍질을 벗겨내고,
새로운 문제 정의와 더 나은 판단으로 나아가도록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질문의 끝에는 결국
“우리는 어떻게 좋은 삶을 살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이 자리했습니다.
따라서 그처럼 묻고, 의심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존재로 남는 일은 지금 우리에게 더욱 중요합니다.
그 태도야말로 인간이 지닌 가장 본질적이고 고귀한 힘(역량)이며,
우리가 어떤 시대를 지나더라도 결코 잃어서는 안 될 마음의 근육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사유의 결이야말로 AI 시대의 예술교육이 반드시 지켜내야 할 가치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미술품 가격의 상승을 통해 드러난
인간의 존재 가치와 고유 역량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