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송현(반포잠원교육지원센터 센터장)
최근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열린 이브닝 세일(2025.11.24)에서
마르크 샤갈의 꽃다발(1937) 작품이 94억 원에 낙찰되며,
한국 미술경매 시장의 역대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습니다.

마르크 샤갈의 '꽃다발(Bouquet de Fleurs)' / 서울옥션
꽃다발(Bouquet de Fleurs, 1937)은 공중에서 포옹하는 연인의 모습과
화면을 가득 채운 푸른 색채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경매 전부터 이미 많은 미술 애호가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러시아 제국령 비테프스크에서 태어난 샤갈은
프랑스에서 활동하며 특유의 몽환적 색채감을 바탕으로
내적 세계를 시각화하는 조형 언어를 구축했습니다.
1915년 결혼한 뮤즈 벨라는 그의 예술세계를 깊이 관통하는 중핵이었고,
만남과 결혼, 전쟁 속 이별과 같은 삶의 굴곡은
풍성한 꽃다발과 공중을 나는 연인의 이미지로 자연스럽게 승화되었습니다.
그의 회화는 표현주의와 초현실주의의 경계를 넘나들며,
러시아계 유대인의 전통에서 비롯된 서정성과 자유로운 상상력이 어우러진 독창적 세계를 형상화했습니다.
또한 그는 판화에서도 남다른 재능을 발휘해 성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중요한 동판화들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록적인 낙찰가 앞에서 우리는 하나의 질문을 마주하게 됩니다.
AI가 인간의 기억력과 추론 능력을 넘어서고,
인간의 고유 역량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시대에,
왜 인간의 손으로 만든 예술작품의 가치는 오히려 더 높아지고 있는가?
이 현상은 단순한 시장의 변화가 아니라, AI가 결코 대신할 수 없는
인간만의 감정, 기억, 상상, 윤리적 성찰이 지닌 힘을 역설적으로 드러냅니다.

샤갈과 벨라 Marc and Bella in Paris. 1938-1939 무렵
샤갈의 작품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는 기술적 정교함에 있지 않습니다.
그 안에 담긴 사랑의 흔적, 상처의 기억, 삶의 흔들림과 회복
즉, 한 인간이 지나온 감정의 결이 작품 속에 살아 숨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기술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인간의 고유 능력
—직관, 상상력, 감수성, 윤리적 판단—은 결코 부차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지켜야 할 중심이며, 그 능력을 키우는 가장 깊은 토양이 바로 예술교육입니다.
그래서 저는 샤갈의 작품이 국내 미술경매 시장에서 기록적인 낙찰가를 경신하는 순간을 보며,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예술교육의 중요성을 더욱 깊이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Marc Chagall, The Birthday. 1925. MOMA
기계가 아무리 빠르고 정확하더라도,
인간의 마음에서 피어나는 상상과 사랑, 그리고 질문과 성찰의 힘만큼은 결코 대체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