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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장의 인사이트] AI 시대, 미래를 지키는 살아있는 힘: 무형유산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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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시2026-04-17 13:34:23

주송현(반포잠원교육지원센터 센터장)

 

최근 초·중학교 사교육 시장의 지형이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이른바 ‘탈(脫) 국영수’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그 자리를 예체능과 실기 중심의 교육이 채우고 있습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초등학생 사교육비 중 예체능 분야는 4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 5조 원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출처 : EBS 뉴스 원본 링크 : https://news.ebs.co.kr/ebsnews/allView/60680633/N

 

 


출처 : SBS 뉴스 원본 링크 :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8510910&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이러한 변화의 이면에는 AI 시대에 대한 부모님들의 불안과 인식의 전환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식을 정리하고 정답을 찾는 일은 기계가 대신하게 된 시대, 결국 우리 아이들에게 길러주어야 할 힘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독창성과 인간 고유의 감각이라는 판단이 확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출처: 충남 당진의 ‘기지시줄다리기’ 모습. 문화재청 제공

 

저는 이러한 교육 변화의 지점에서 '무형유산의 가치'를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무형유산은 공연예술과 공예기술, 생활 관습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삶과 감각이 축적된 실천의 총체입니다.

 

눈에 보이는 결과물보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사람’과 ‘과정’에 그 중심이 있습니다.

세대 간 몸짓과 호흡으로 이어져 온 기술과 정신이 핵심이기에,

무형유산은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 숨 쉬는 문화의 원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출처: 줄타기보존회 홈페이지 http://jultagi.or.kr/sub/sub03_01.php?boardid=photo&mode=view&idx=3&sk=&sw=&offset=&category=

 

최근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승무, 살풀이춤, 남사당놀이, 줄타기 등

여러 종목의 맥을 이어가고 계신 이수자 선생님들을 직접 뵙는 영광스러운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분들의 움직임 속에 축적된 수행의 세월은 효율성과 속도만을 강조하는 현대 사회에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정해진 답을 빠르게 찾는 능력과는 차원이 다른 정교한 숙련 그리고 오랜 수련이 빚어낸 경건한 태도는

우리가 미래 교육에서 다시 회복해야 할 본질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현재 무형유산의 전승 체계는 보유자, 전승교육사, 이수자로 이어지고 있으나 그 구조 자체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보유자의 평균 연령은 이미 75세가 넘었고, 고령화에 따른 전승 단절은 눈앞의 현실이 되었습니다.

 

무형유산은 오직 사람의 지식과 기술 그리고 ‘몸의 기억’을 통해서만 존재할 수 있습니다.

전승자의 지속 가능성이 무너진다는 것은 단순히 한 종목의 소멸을 넘어,

우리 민족의 감각과 미학, 삶의 철학이 소멸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무형유산을 박물관 안에 박제된 과거의 유산으로만 바라보아서는 안 됩니다.

무형유산은 그 자체로 기술의 시대를 이끌어갈 가장 귀중한 '미래의 보고(寶庫)'입니다.

 

역설적이게도 AI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정작 기술 그 자체보다

그 안에 담아낼 고유한 '콘텐츠의 힘'이 생존의 핵심이 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정교한 AI라 할지라도 한 인간 안에 오랜 시간 축적된 감각과 서사, 미감이라는 데이터가 없다면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결국 AI가 발전할수록 중요한 것은 기술을 다루는 능력을 넘어,

그 기술에 무엇을 담아낼 것인가에 대한 '인간 내면의 깊이와 문화자산'입니다.

 

 

세계가 K-컬처에 열광하는 지금,

그 화려한 확장성의 이면에 놓인 원형의 힘을 깊이 있게 이어가는 일은 우리 시대에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전통을 지킨다는 것은 과거를 붙드는 일이 아니라, 다음 세대의 살아 있는 미래를 준비하는 일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전통을 단지 지식으로 배우는 데 머무르지 않고,

그 안에 담긴 예술정신을 몸으로 익히며 자신만의 미래를 넓혀갈 수 있도록 돕는 것,

이것이 오늘날 문화예술교육이 더욱 주목해야 할 가치입니다.

 

앞으로 반포잠원교육지원센터는 전통예술의 가치를 보존하고 계승하는 든든한 연결점이 되고자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가장 깊은 뿌리 위에서 가장 창의적인 가지를 뻗어 나갈 수 있도록

전통문화예술을 다시 교육의 중심에 세우겠습니다.

학부모님들께서도 이 소중한 여정에 따뜻한 관심과 참여로 함께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진정한 프로는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끝까지 해내는 사람입니다."

 

어제 만난 이수자 선생님들의 치열한 삶은 이 짧은 문장 속에 담긴 무게를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전통을 지켜내겠다는 묵묵한 의지와 흔들림 없이 한 길을 걸어온 그 열정은,

우리 아이들이 전통예술을 통해 배워야 할 것이 단지 기교가 아님을 말해줍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한 분야를 대하는 진지한 태도, 견디고 버티는 힘 

그리고 끝내 자기 길을 완성해가는 '삶의 자세'입니다.

 

한 시대를 지켜온 이 숭고한 노력은 우리 아이들이 빛나는 정체성을 품고

자신만의 미래를 당당히 열어갈 수 있도록 이끄는 가장 견고한 토대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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